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 -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준 태왕과 사신에 대한 이야기.



고구려의 가장 뛰어난 군주인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한 드라마는 아니고, 역사 판타지 드라마 이다.

그 당시의 주변 정세,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인용만 했지 전혀 새로운 드라마가 된 셈이다.


그래서 실제의 광개토대왕의 모습과도 다르다.

물론, 실제의 광개토대왕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한정짓는다는건 무리한 설정이긴 하다.

배우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선 2가지의 방법이 있다.

먼저의 방법은 내가 그 인물과 동일시 되는 것이다.

그 인물의 키와 몸무게를 비롯한 외적인 것은 물론 내적인 성향까지 똑같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그 인물을 내 안으로 끌어들어와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 하는 방법이다.

배용준이 연기했던 광개토대왕은 두번째 방법이다.

그래서, 배용준이 가졌던 조용하고 착하고 자애롭고 너그러운 이미지에다가 광개토대왕이 가졌던 강인하고 용감한 모습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태왕사신기는 말 그대로 태왕과 사신에 대한 이야기 이다.

태왕은 광개토대왕을 말하는 것이고, 사신은 물을 다스리는 북쪽의 우사(현무), 쇠를 다스리는 서쪽의 백호(풍백), 나무를 다스리는 동쪽의 운사(청룡), 그리고 불의 힘을 가진 주작의 새오. 이다.


태왕인 담덕은 그 옛날 환웅이 하늘로 돌아가면서 인간에게 예견한 참된 임금이다.

담덕이 탄생하게 됨에 따라 4개의 신물도 깨어나게 된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담덕이 밝음이라면 화천회는 어둠이다.


사실 환웅이 3가지 신물을 가지고 왔을뿐, 불의 힘은 인간이 찾은 것이다.

신녀 가진에게서 불의 힘을 빼앗아서 인간인 새오에게 주는 것은 환웅이다.

불의 힘을 능수능란하게 다룰줄 모르는 새오에게 주었기 때문에 흑주작으로 변한 것이고 세상은 불바다로 변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환웅은 본래의 목적을 실패하게 되고 하늘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2000년 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시련들을 겪으면서 진정한 태왕으로 거듭나는 담덕의 일대기는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RPG게임과도 같은 줄거리 이다.

4개의 신물을 먼저 찾아서 그들의 주인이 되는자가 쥬신의 임금이 되는 까닭이다.

다만 화천회는 성격을 달리한다.

그들은 쥬신의 임금이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하늘의 힘을 빼앗아 이 세상을 하늘의 나라가 아닌 화천회의 나라로 만들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담덕이라는 인물 대신에 연가려의 아들인 연호개가 쥬신의 임금이 아닐까 하는 주목을 받게 된다.

둘 다 쥬신의 별이 뜬 날 태어났지만, 담덕은 그가 진정한 왕의 힘을 갖출때까지 한껏 몸을 낮춘 까닭이고, 대신에 연호개는 어릴때부터 전쟁터를 누비며 그의 가치를 세상에 알려나가기 때문이다.


중간무렵까지는 그 시기에 고구려의 백성이라면 헷갈릴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겁쟁이에 바보로 손가락질을 받는 힘없는 왕의 아들인 담덕보다는 연호개가 왕의 핏줄을 이어받았고 어릴때부터 전쟁터를 누벼서 용맹하고 강인하며 아버지도 신하의 수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이 강렬한 라이벌 인줄 알았는데 격구대회부터 이상하기 시작하더니 점차 연호개의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실망하기 시작하였다.

지독한 마마보이에 어머니에 대한 복수심과 사랑하는 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열등감으로 가득차게 그려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담덕이 고구려의 임시 왕이 되는시기)까지는 담덕의 라이벌은 연호개 였지만, 그 후부터는 화천회의 대장로가 라이벌로 바뀌어진다.

물론, 화천회 대장로도 처로의 창을 맞을때부터 태왕의 라이벌에서 멀어졌지만 말이다.


이런 스토리도 스토리였지만, 영상 때문에 더 흥미진진한 드라마 였다.

너무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이야기는 고구려의 내분만 보여주었지만 말이다.

특히 신화의 이야기를 초반의 이야기는 웬만한 대작영화는 저리가라 할정도로 뛰어났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사신들이 하나하나 깨어나는 장면은 그 감탄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초반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후반들어서는 시간에 쫓기는 모습이 여실히 들어나서 안타까운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 백호의 신물이 깨어나는 장면 부터 였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회는 차라리 송지나 작가가 공개한 대본이 훨씬 나았다.


 

기본 바탕은 4개의 신물을 찾는 자가 쥬신의 왕이 된다는 것이 깔려 있지만, 담덕은 오히려 그 4개의 신물 때문에 더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담덕의 라이벌은 연호개가 아니고, 화천회 대장로도 아니다.

바로 그 자신이다.

신물 때문에 죽을뻔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도 한다.

대자성 앞에서 화천회 무리들로 인해 화살받이가 될 뻔한 것을 현고가 지키고 있는 현무가 깨어나면서 벗어난다.

화천회 대장로의 일전에서는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이길 수 없을때에 처로가 지키는 청룡이 깨어나면서 위기를 벗어난다.

연호개가 자신을 돌아서는 담덕의 뒤를 향할때는 창을 날릴때에 주무치가 지키는 백호가 깨어나면서 위기를 벗어난다.


하지만, 위기를 벗어난것은 그 뿐이다.

불의 힘인 주작. 그 옛날 흑주작으로 변해서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린 주작.

그 주작의 힘 때문에 첫사랑인 기하와 헤어지고 멀어지며 어긋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수지니와의 사랑도 자신이 흑주작이 될지로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에 헤어진다.

그렇게 따지면 담덕은 4개의 신물을 찾는것을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연호개나 화천회의 대장로가 그토록 간절하게 4개의 신물을 갖기를 원한 반면에,

담덕은 그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함에 따라 저절로 얻게 된다.

그런까닭에 그 신물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4개의 신물의 주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현무의 신물의 주인인 현고도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원래 가지고 있던 거물촌의 정보망과 지식으로 담덕을 도울 뿐이다.

물론, 돕게 되는 까닭은 현무가 담덕이 쥬신의 왕이라고 지명했기 때문이다.

백호의 주인인 주무치도 마찬가지이다.

말갈의 부족장 이었지만, 부족이 망하자 용병으로 떠돌다가 담덕의 눈에 들게 된다.

하지만, 그가 담덕의 밑에 들어간 까닭은 담덕이 쥬신의 왕이어서가 아니라 맘속으로 맘에 두고 있던 달비가 담덕이 이끄는 고구려군에 들어가기 위해서 따라간 것이 더 크다.

담덕과 지내면서 그를 진정한 친구로 인정하지만 말이다.

청룡의 주인인 처로도 마찬가지.

처로의 아버지가 처로를 살리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청룡의 힘 덕택에 사신(死身) 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그다.

하지만, 그는 그 힘을 자신의 성을 지키기 위한 힘으로만 사용했지 야망은 없었다.

다만, 억지로 집어넣은 청룡의 힘 때문에 피부가 나무껍질로 덮이게 되고, 그 바람에 사람들에게 멀어진 것을 더 안타깝게 여긴다.

그래서, 담덕으로 인해 그 힘에게서 벗어나자 청룡의 신물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

주작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기하도 마찬가지.

주작의 힘 때문에 가족들이 몰살당하게 되고, 사랑하는 담덕과도 어긋나게 되고 멀어지게 된다.

더불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업이 화천회의 꼭두각시 노릇 까지 감당한다.

제일 안타까운 인물은 수지니 이다.

주작의 힘 때문에 아무리 심한 상처로 할지라도 독만 아니면 하룻만에 말끔하게 낫는다는 혜택만 가질 뿐이다.

불의 힘 때문일까.

성격도 당차고 거침이 없다. 선머슴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처음에는 담덕이 가진 돈이 탐나서 따라다니던 그녀 였지만, 담덕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맘은 이미 기하라는 여인이 독차지 하고 있는 상태.

그렇게 안따깝게 자신의 속마음은 숨긴채 시간이 흐린 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담덕의 아내가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이내 찾아온 자신의 정체.

그저 자신을 한 고아인 줄만 알고 지냈지만, 사실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

바로 자신이 흑주작이 될 줄도 모르는 운명에 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을 애기때부터 키워온 사부인 현고에게서 떠나게 되고, 무엇보다 그토록 담덕의 사랑을 얻기를 갈망했던 그가 스스로 담덕의 곁을 떠나게 된다.

담덕에게 속마음은 숨긴채 말이다.


태왕과 사신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하늘이 내려준 신물 즉 행운(권력,힘)이 아니라 일상속에 널려있는 행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