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교수 : 결론부터 들으면 안될까요.
전 소설책을 봐도 엔딩 먼저 읽고 그 담에 앞에서부터 읽거든요.
해피엔딩이 아닌 건 시작하기 싫어서요.
이교수 : 과학에 해피엔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박교수 : ...예?
이교수 :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우린 달리는 자전거에 올라탄 거에요.
자전거를 멈추면 쓰러지는 수밖에 없어요.
* * *
만수 : 가만 생각해보니까내가 아마 피터팬 신드롬인거 같아요.
미순 : 뭔 시디롬?
만수 : 그래서 내 옆에서 애들이 자라는거 보면 화가 나요.
애들이 점점 자라잖아요.
나만 놔두고 지들끼리만 어른이 되고, 뭔가 고민을 하고, 점점 재미없어진다구요.
자꾸 심각해져가요. 돌아가면서 한대씩 패주고 싶다구요.
* * *
마이클 : 초이스 할 때 정답이 뭔지 알어?
정답은 자기 마음이 제일 편한거. 행복한거. 그게 정답이야.
* * *
최교수 : 군은 언제나 종달새처럼 떠들고 웃어대는군요.
경진 : 아, 그야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웃고 살자. 그래서...
최교수 : 그건 군의 어두운 속마음을 숨기기 위한 방어자세인가요?
경진 : (미소가 굳어지며) ...예?
최교수 : 나는 군의 속마음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내 앞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라디오는 고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모든건 수명이 다 되면 물러나는게 자연법칙이지요.
* * *
자현 : 너, 남자 여자 가릴거 없이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인간이 어떤 종륜줄 아냐?
바로 너처럼 뒤에서 남 채점하는 인간이다. 알어?
* * *
경진 : 전요..
원래 말라버린 석회같은 심장을 갖고 있어서요.. 누굴 좋아하거나 그런 짓 안해요.
그건 정말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짓이라구요.
누굴 좋아하면 반드시 다치게 되있어요. 좋아한만큼 많이요.
* * *
최교수 : 내 나이가 되면 죽는건 안무서워요.
정말 무서운게 뭔지 알아요?
내가 이 세상에서 아무데도 쓸데없는 인간이라는걸 깨닫게 되는 겁니다.
이해가 되나요?
* * *
최교수 : 학문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건 인내심입니다.
한번 생각한거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고..
그게 부족하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소용이 없어요.
* * *
최교수 : (마지막 강의 중) 여러분은...
내가 강단을 떠나도.. 나를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 말을 기억해 주십시오.
꿈을 꾸되.. 늘 깨어 있어라.... 이만 강의를 마칩니다.
* * *
미순 : 보통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를 환절기라고 하잖냐.
진영 : 그렇죠. 그땐 감기를 조심해야 되죠.
미순 : 바로 그것이다.
인생에도 청년기에서 어른으로 넘어갈 때 감기를 조심해야 되는 거거덩.
진영 : 어른기라는 것이 있어요?
미순 : 좌우지간. 요때를 잘 넘겨야 나머지 인생이 편해지는 것이야.
경진 : 뭔 소린지 좀 더 풀어서 설명해보세요.
미순 : 어허 참. 독감주의보가 내리기 전에 독감 예방주사라는걸 맞지?
경진 : 그렇죠.
미순 : 요때에 바로 그 예방주사를 맞는거야.
기나긴 인생에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서 말이지.
감기라는건 일단 한번 걸리면 치료약이라는게 없어요.
얼마나 지독하게 앓는가. 대충 넘기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해가 되냐?
* * *
민재 : 내가 알기로 너는 남녀관계를 좀 우습게 알지 않냐?
그런데 남의 일은 그렇게 재밌어?
경진 : 우습지. 우습고 재밌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좋아한다는건 말이지.
감정호르몬의 이상분비에서 나오는 잠시동안의 환각상태라고 할까.
간단히 말해서 잠시 정신이상이 되는거야.
몽유병이라고도 할 수 있지.
* * *
진수 : 사랑해서 결혼하고 그런 말은 안 믿어.
결혼에서 필요한건 사랑이 아니고 동지애 아닌가?
지석 : 동지애요?
진수 : 전우라고 할까. 함께 인생이라는 전쟁터를 이겨나가는 거지.
그러기 위해선 서로 도움이 되는 사람끼리 만나야지.
괜히 어수룩한 전우와 한조가 되면 함께 지뢰를 밟아 죽는 수가 있으니까.
* * *
민재 : 아일랜드에서 친구란 말뜻이 뭔지 아니?
경진 : 몰라. 알아야 돼?
민재 : 나도 어디서 읽은건데 말이지.
거기에서 친구의 말뜻은
친구의 집 앞에서 친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서는 사람이란 뜻이래.
* * *
정태 : (책을 보며) 인간을 절대 악하지 않다.
그저 자신의 말과 행위의 결과를 생각해보지 않고,
말하고 행하기 때문에 악하게도 되고 죄를 범하게도 되는 것이다.
그것은 몽유벙자지 악한은 아닌 것이다.
경진 : 프란츠 카프카.
* * *
경진 : 내가 생전에 만족시키지 못한 모든 욕망과 모든 정열이
내가 죽은 뒤에도 살아남아 나를 괴롭히게 될까봐 두렵다.
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이 땅위에 완전히 털어놓고 나서
완전한 절망 속에서 죽기를 나는 희망한다. 앙드레 지드. 딩동.
정태 : 우리는 모두가 죽지 않으면 안되고,
그러니까 모든게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따위가 진리라면
그것은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
경진 : 그런 사람들이 걷는 길은 편안하고 우리들의 길은 험난한 것이다.
그러니 자, 용기를 내도록 해라. 역시 헤르만 헤세.
정태 : 사랑이라는 것은 간청해서도 안되고, 요구를 해서도 안된다.
사랑은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갖는 힘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경진 : 생떽쥐베리?
정태 : 땡. 헤르만 헤세.
* * *
민재 : (웃음을 참고 있다) 그러니까 마음으로는 플라토닉한 러브가 하고 싶은데
그녀만 생각하면 먼저 손이 잡고 싶고 뽀뽀가 하고 싶고 그리고...
너... 진짜구나.
정태 : 입 다물어.
민재 : 그런 생각이 드는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그 정도로 진짜야, 너?
* * *
경진 : 메두사가 왜 무서운지 아니?
메두사를 보는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해버렸거든. 근데 말이지.
메두사는 자기를 보는 사람들마다 돌로 변해버리는거 보고 기분이 어땠을까?
민재 : 메두사의 입장에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경진 : 생각해봐. 메두사는 아주 외롭고 슬프고 괴로웠을거야.
친구는 그만두고 서로 얼굴 보며 얘기할 상대도 하나 없었을테니까.
그런데 모든 사람은 자기를 괴물이라고 죽이려고만 들지...
불쌍하지 않니?
* * *
진수 : 누난 결혼이 뭐라고 생각해요?
지원 : 또 하나의 계약관계 같은거 아닐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거.
그래서 계속 그 문제로 시달릴거면 일찍 해치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진수 : (씁쓸하게 웃는다) 해치운다구요.
지원 : 그렇게 되면 다시 이 문제로 시간낭비하는 일이 없을거 아냐.
나는 이래.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거 없어. 이런 나라도 괜찮겠어?
진수 : 내가 좋다구 그러면 어쩔려구 이래요.
지원 : (보는)
진수 : (여전히 미소로) 이건 누나가 날 떨궈내는 새로운 작전이에요?
지원 : 작전 같은 건 없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진수 : (벌떡 일어나더니 두어걸음 걸어가다가 돌아와 다시 지원앞에 서더니) 구지원.
지원 : (보면)
진수 : 남하고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결혼에 대한 환상같은게 있어.
이를테면, 결혼을 하면 내 편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
내가 아무리 못나도, 그래도 내 편이 되줄 수 있는 사람.
나한텐 아직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넌 자기 편이 아무도 필요없니?
* * *
경진 : 나 말이지. 사실은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민재 : ...니가? 누군데.
경진 : 누군지는 말 못하지. 나도 자존심이 있는데.
민재 : 그런데?
경진 : 그쪽에서는 절대로 몰라. 왜? 내가 절대로 눈치채게 안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
민재 : 어떻게 됐는데.
경진 : 아주 비참해졌어.
그 이후로 다른 사람은 좋아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구.
그때 말이라도 해봤으면...
그래서 실연이라도 당했으면 깨끗하게 단념을 했을텐데 말야.
민재 : ...넌 연애같은거 고생스러워서 싫다며. 관심없다고 했잖아.
경진 : 그렇지. 바로 그런 철학이 생겨나드라.. 이말이지.
민재 : 많이 좋아했냐?
경진 : 거럼.. 좋아한단 말도 못할 정도로 좋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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